대산농촌상 제정의 뜻

대산농촌상 상패
대산농촌상
“농촌은 우리 삶의 뿌리요, 농업은 생명을 지켜주는 산업”이라는
대산 신용호 선생의 철학을 바탕으로
우리 농업과 농촌 발전에 크게 공헌한 분을 발굴하여
그 공적을 기리고 우리 사회 전체의 귀감으로 삼아
복지농촌 건설과 인류복지 증진에 이바지하고자 1991년 제정한 상입니다.

농업경영 부문, 농촌발전 부문, 농업공직 부문 등
총 3개 부문에서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의 가치를 높이는 데
탁월한 업적을 세운 인사를 선정하여 시상합니다.

지난 33년간 농업과 농촌의 가치와 위상을 드높이고
농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여
농업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식순

개       식
사회
인  사  말
김기영 대산농촌재단 이사장
심사보고
임정빈 심사위원장 / 서울대학교 교수
시       상
공적영상 시상 수상소감
농업경영 부문
농촌발전 부문
농업공직 부문
김대립 수상자
박윤재 수상자
이영규 수상자
축하공연
엘보이스 남성 4중창
폐       식
사회
축  하  연
사회 : 김보은 아나운서

인사말

대산농촌재단 이사장 김기영
제33회 대산농촌상 시상식을 함께 빛내주시는 여러분, 감사합니다.

먼저 대산농촌상 서른세 번째 주인공이신 수상자 세 분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또한, 훌륭한 후보자를 발굴하여 추천해주신 추천인 여러분과 공정한 심사를 위해 애쓰신 열다섯 분의 심사위원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수상이 있기까지 고난의 여정을 함께 걸어오신 배우자님과 가족분들께도 무한한 경의와 축하를 보냅니다.

2024년, 우리는 유례없는 불볕더위와 극심한 기후변화를 겪었습니다. 이러한 기후위기는 농민들에게 가장 먼저, 가혹하게 다가왔습니다.
여름내 전국에서 가장 서늘하다는 고랭지조차 한낮 기온이 33℃를 넘나드는 고온과 예기치 않은 집중호우로 농사를 포기하는 안타까운 소식을 많이 접했습니다. 또한, 도시도 예외가 아니어서 기후변화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고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기후위험지수(CRI, Climate Risk Index)’를 개발해 발표할 만큼, 이제 기후 위기는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우리가 직면한 상황이라는 심각성을 모두가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두의 다각적인 노력과 협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제33회 대산농촌상 수상자들의 업적이 더욱 특별하고 귀하게 느껴집니다. 올해 대산농촌상 수상자 업적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복원을 위한 헌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복원이라는 말은 원래로 돌아간다는 사전적 의미와 함께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멸종위기 토종벌을 살리고 지키는 일에 헌신한 김대립 수상자님, 농업의 방식을 바꾸어 강이 살고 다양한 생명이 살아가는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소신으로 친환경농업을 확산한 박윤재 수상자님, 금지병인 감자걀쭉병을 박멸하는 데 헌신하여 우리나라가 다시 청정국 지위를 회복하도록 한 이영규 수상자님, 너무나 자랑스럽고 고맙습니다.
오늘은 제33회 시상식이 있는 날이고, 또 올해는 재단이 “농촌은 우리 삶의 뿌리요, 농업은 생명을 지켜주는 산업”이라는 대산 신용호 선생의 숭고한 철학을 이은 지 33년이 된 해이기도 합니다.

33이라는 숫자가 겹치는 것을 보니, 동양의 세계관인 ‘33천(天)28수(宿)’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33천28수는 하늘은 33겹, 별자리는 28개라는 뜻으로, 여기에는 우주 만물의 질서와 순환을 담은 깊은 철학이 있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새벽 4시에 33번 종을 울리는 ‘파루’가 행해졌는데, 이는 새로운 하루의 시작과 함께 무한한 가능성이 열림을 의미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33이라는 숫자에는 변화와 성장, 새로운 시작이라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33년간 대산농촌재단과 뜻을 함께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드높이는 노력과 활동을 하는 모든 농업인 여러분께 감사와 응원의 말씀을 전합니다.
또한, 이러한 농업인의 열정과 희망을 키우고 지키며, 농(農)의 가치를 확산하는 일에 33년을 한결같이 적극적인 후원과 격려를 해주시는 교보생명 신창재 대표이사 회장님과 교보생명 관계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교훈처럼, 과거의 지혜를 바탕으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개척해 나갈 때,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대산농촌재단은 본질에 충실히 하는 한편,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변화와 혁신에도 발맞추어 나가겠습니다.

앞으로도 대산농촌재단이 펼쳐나갈 변화와 성장,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고, 함께해주시리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10월 23일
대산농촌재단 이사장 김 기 영

제33회 대산농촌상 수상자 선정 경과

대산농촌상은 “농촌은 우리 삶의 뿌리요, 농업은 생명을 지켜주는 산업”이라는 대산 신용호 선생의 철학을 바탕으로 농업경영, 농촌발전, 농업공직 등 3개 부문에서 지속 가능한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높이고 우리 농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탁월한 공적을 이룬 인사나 단체에 수여하는 우리나라 농업계 최고 권위의 상입니다.

수상자 선정 경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대산농촌재단은 지난 1월, 제33회 대산농촌상 수상 후보자 추천을 공고하여 4월 2일까지 부문별로 후보자 추천을 받았습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분야 전문가와 농민, 활동가, 연구자, 언론인 등 각 부문 전문가 3인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하여, 서면심사, 심사회의와 현장심사 등 3단계에 걸쳐 부문별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각 부문 심사위원회는 대산농촌상 제정의 뜻과 취지에 따라 공적의 탁월성과 가치, 지속 가능성과 발전 가능성을 종합하여 심사하였습니다. 또한, 10년 이내 공적을 중심으로 공익성과 사회적 가치에 중점을 두어 현장심사 대상자를 부문별로 2~3인 선정하였습니다.
현장심사단은 3개 부문의 후보자 총 8인에 대하여 공적 사실을 확인하고 공적의 가치와 주변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다각적으로 현장심사를 했습니다.

이후 사회 저명인사와 전문가 등 6인으로 본심사위원회가 구성되었습니다. 본심사위원회는 수상 후보자들의 공적서와 각 부문 심사위원회의 심사 결과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격의 없는 토론을 펼쳤습니다.

그 결과 농업경영 부문은 인공 분봉 기술 개발과 토종꿀 차별화로 토종벌 산업을 발전시키고 지역민과 함께 경관농업을 활성화하여 모범적인 농업경영모델을 구축한 김대립 청토청꿀 대표를 수상자로 선정했습니다.

농촌발전 부문 수상자는 친환경농업 단지를 조성해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생태농업의 가치를 확산하고, 마을과 학교, 지역사회가 연대하는 지속 가능한 지역공동체를 이끌어온 박윤재 유기농생태마을신안정 대표님입니다.

농업공직 부문에서는 고랭지 작물 방제에 매진하며 우리나라의 주요 작물인 감자의 금지병인 감자걀쭉병을 박멸하는 데 헌신하고, 반쪽시들음병 생물방제 기술을 실용화하여 농민 삶의 질을 높인 이영규 고령지농업연구소 농업연구관을 수상자로 선정했습니다.

대산농촌재단 이사회는 본심사위원회가 제청한 3인에 대한 심의를 거쳐 제33회 대산농촌상 수상자로 확정하였고, 오늘 시상에 이르렀습니다.

33 대산농촌상 수상자

농업경영 부문
김대립 청토청꿀 대표

농촌발전 부문
박윤재 유기농생태마을신안정 대표

농업공직 부문
이영규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 농업연구관
33 대산농촌상 농업경영 부문
김대립 청토청꿀 대표
김대립
청토청꿀 대표
1974년생
2002~현재 (사)한국한봉협회 이사 및 회원
2011~현재 추정리 경관·밀원 추진위원회 위원장
인공 분봉 기술 개발로 토종벌 산업 발전
토종꿀 차별화, 지역민과 함께하는 경관 농업 활성화
멸종위기 토종벌 지킴이,
농업의 가치를 드높이다


김대립 대표는 충북 청주시에서 삼대째 토종벌을 사육하면서 벌의 생태와 특성에 맞춘 양봉(養蜂) 기술을 개발, 전파하여 멸종 위기 토종벌의 복원과 상용화에 크게 이바지하는 한편, 고품질 토종꿀 생산과 경관농업을 결합한 지속 가능한 농업경영 모델을 제시했다.

김대립 대표는 토종벌 특성에 맞춰 인공 분봉 방법과 다기능 벌통을 개발하고 사육기술을 정립하여 전국 7000여 농가에 보급했다. 2010년, 벌 유충에서 발생하는 낭충봉아부패병이 전국에 창궐해 토종벌 90% 이상이 폐사하자, 김 대표는 개조 벌통 개발과 애벌레 산란 조절 등 감염 차단기술로 바이러스 확산을 막았고, 우수여왕벌 대량생산 기술을 보급하는 한편, 3년간 섬에 머물며 바이러스 저항성 품종(한라벌, 농촌진흥청 육종) 증식에 헌신하여 토종벌 산업 복원에 크게 기여했다.

김대립 대표는 토종꿀이 꽃꿀과 화분, 로열젤리, 밀랍 등이 혼합되어 특유의 향미를 지니는 특성을 살릴 수 있다는 데 착안해 계절별로 다른 꽃에서 채취한 꿀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세로 벌통을 제작하고, 층 무늬가 살아 있는 ‘무지개꿀’을 생산하여 농가 소득을 증대하며 토종벌 산업의 발전과 지속 가능성을 높였다. 또한, 지역주민과 함께 청주시 추정리 일대 4ha 규모로 밀원(蜜源, 꿀을 빨아오는 원천) 단지를 조성해 품질 높은 꿀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한편, 계절마다 다채롭게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경관을 조성함으로써 농업이 지닌 다원적 가치를 확장했다. 나아가 매년 토종꿀 메밀꽃 축제를 개최하여 관광자원 활성화와 지역 농산물 판로 확보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세계 100대 작물 중 70% 이상이 벌의 수분으로 생산되는 만큼, 벌은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존재다. 전 세계적으로 벌의 수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대립 대표는 열악한 환경을 딛고 독자적인 기술로 토종벌 산업을 발전시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과 농업의 가치를 높이는 지속 가능한 농업경영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수상소감
대산농촌상이라는 뜻깊은 상을 받게 되어 매우 감사하고 영광스럽습니다. 오늘의 수상이 제게 더 특별한 이유는 삼대에 걸쳐 이어온 토종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인정받았다는 느낌 덕분입니다.

먼저, “농촌은 우리 삶의 뿌리요, 농업은 생명을 지켜주는 산업”이라는 대산 신용호 선생님의 철학을 떠올리며 그 정신을 되새겨봅니다. 농업은 단순히 생계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우리 삶과 문화의 뿌리이며, 농촌을 지키는 일이 곧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자 자연과의 공존 속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농업과 농촌에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서 토종벌을 사육하셔서, 저는 자연스럽게 토종벌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아홉 살 생일에 아버지로부터 벌통을 선물 받아 본격적으로 토종벌과 인연을 시작했는데, 고등학생 때는 자취방 앞에, 학교 옥상에 벌을 가져다 놓을 정도로 벌이 너무 좋았습니다. 벌의 생태나 습성을 관찰하다 보니, 벌이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봄부터 가을까지 다양한 꽃이 피는 밀원을 조성하게 되었습니다. 밀원에는 철마다 다양한 꽃이 피어서, 저는 좋은 꿀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었고, 다양한 생태계가 살아있는 밀원은 사람의 휴식처가 되었고, 지역민이 함께하는 예술과 문화를 나누는 장이 되었습니다.

토종벌은 단순히 꿀을 만드는 존재가 아닙니다.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고, 꽃가루를 옮겨 자연의 다양성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다른 농업을 연결해주고 돕는 공생의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간에게도 큰 혜택을 가져다줍니다.

삼대에 걸쳐 이어온 토종벌에 대한 사랑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자 하는 소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자연은 우리가 단순히 이용하고 소비하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보살피고 아껴야 할 소중한 자산이며, 자연을 지키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이자 조상들이 남긴 지혜를 잇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저는 토종벌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그 생태계가 더욱 널리 보호받을 수 있도록 연구와 교육에 힘쓸 것입니다. 이를 통해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삶을 확산시키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대산농촌상 수상이 주는 묵직한 책임감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토종벌과 함께 지속 가능한 농촌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33 대산농촌상 농촌발전 부문
박윤재 유기농생태마을신안정 대표
박윤재
유기농생태마을신안정 대표
1954년생
2012~현재 신안정마을유기농단지 대표
2017~2019 유기농&토하축제추진위원회 위원장
친환경농업 확산을 통한 생태농업 가치 전파
마을, 학교, 지역사회가 연대하는 지역공동체 활성화
농민과 지역, 학교가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농촌공동체를 이끌다


박윤재 대표는 유기농생태마을과 친환경농업단지 조성으로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지속 가능한 농업의 실천 모델을 제시하는 한편, 마을이 학교와 지역사회, 도시민과 함께하는 농촌공동체 활성화의 중심이 되도록 이끌었다.

박윤재 대표는 2000년대 초부터 왕우렁이를 활용한 유기농 벼농사를 시작한 후 친환경농업 확산에 헌신해왔다. 전라남도 영암군 학산면 내 12개 마을을 다니며 꾸준히 농민들을 설득하고, 친환경 벼 재배법을 교육하여 500ha(’18)에 가까운 친환경농업단지를 조성하는 데 앞장섰다. 또한,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120여 농가가 온실가스 배출 절감에 동참하는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등 경제적 이익 창출이 목표가 아니라 생명 존중의 가치를 소신으로 자연환경과 생태계 보전에 매진해왔다. 이러한 노력으로 메뚜기와 미꾸라지, 토하(새뱅이), 투구새우, 반딧불이 등 다양한 생물이 논과 하천에 되돌아왔으며, 2015년 ‘토하잡기 행사’를 시작으로 지역주민과 학생, 도시 소비자가 함께하는 ‘유기농&토하축제’를 개최하여 친환경농업으로 생태를 복원하고 농촌과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확산했다.

또한, 마을과 학교가 연대하는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했다. 특히 영암군 학산초등학교 교사와 학부모, 농민이 함께하는 ‘유기농 벼농사 한살이 프로젝트’는 학생들에게 유기농업의 전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전인적 성장 교육으로 정규교과과정으로 자리 잡았다.

박윤재 대표는 친환경농업의 가치를 실현하고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마을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청년 농업인에게 토지와 농기계를 지원하여 정착을 돕는 한편, 지역 커뮤니티센터를 설립하여 다양한 지역 활동에 힘쓰고 있다.

박윤재 대표는 ‘상생과 연대’에 우선 가치를 두고 친환경생태농업을 실천하면서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어른으로 신망받으며, 청년 세대와 함께 지속 가능한 농촌공동체를 이끌고 있다.
수상소감
저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전남대 농대를 졸업하고 군 제대 후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마침 마을 교회 목사님이 권유하여 지역의 청년들과 가나안농군학교에서 농업의 기본을 배웠고, 농민으로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이때 저에게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뜻을 모아 만든 ‘밀알회’의 지원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벼농사를 짓는 이웃들에게도 친환경농법을 권유했습니다. 12개 마을을 찾아다니며 농민들을 설득했습니다. “우리 자녀들에게 농약 없이 키운 건강한 쌀을 보내자”라는 말에 공감한 이웃 농민들이 모이면서 친환경단지 규모가 90ha에서 160ha로, 다시 250ha로 늘어났습니다. 친환경단지가 350ha에 달할 즈음 논 주변 하천에서 1급수에서만 사는 토하를 만났습니다. 하천이 달라진 것입니다.

첫 축제는 소박했습니다. 물이 맑아지고 토하가 돌아온 것을 축하하며 이웃 농민들과 단출한 식사 한 끼를 준비해 고속도로 밑 하천에서 새우잡이를 하고, 친환경농업 확산에 협력해 준 공무원에게 감사장을 전달했습니다. 그러다 이듬해 영암군과 지역 초등학교가 함께하는 ‘유기농&토하 축제’로 발전했고, 농민들의 고단함을 격려하며, 어렵지만 ‘친환경농업을 통해 영산강을 생명의 강으로 만들자’는 다짐을 주고받았습니다. 또 도시민과 아이들이 볏논과 주변 하천 생물들을 관찰해 친환경농업으로 되살아난 생태계를 경험하게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 마을과 학교가 참여하는 벼농사 체험과 생태 교육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12가구에 불과한 작은 마을이지만,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을 실현하고자 하는 공유공간이 만들어졌습니다. 자연의 순환에 따라 농살림을 디자인하는 퍼머컬처 과정, 기후위기 시대의 탄소중립농업교육과 같은 재미나고 의미 있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 참 뿌듯합니다.

제게 대산농촌상을 주신 것은 더 열심히 농촌을 가꾸라는 격려라고 생각합니다. 높고 큰 산은 못되지만, 누구나 오름직한 쉼을 누릴 수 있는 뒷동산으로 남은 시간을 살아내겠습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희로애락을 함께하던 벗들은 하나둘 흙으로 돌아갔습니다. 벗들이 떠나 빈 들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그친 마을을 거닐 때면 마음에 그늘이 내려앉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어려울수록 생명을 향한 본질적인 노력은 더 활발해질 거로 생각합니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논을 둘러볼 수 있는 날까지 작지만 큰 마을 신안정에서 푸른 내리사랑으로 살아가겠습니다.

지금까지 저를 도와주시고 수고해주신 단지 회원들과 협력해주신 기관 관계자들, 그리고 45년 동안 흙으로 빚은 이 삶을 함께해준 아내 성수양 씨와 가족에게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33 대산농촌상 농업공직 부문
이영규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 농업연구관
이영규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 농업연구관
1971년생
2002~2022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연구사
2023~현재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연구관
감자걀쭉병 박멸로 청정국 지위 회복
반쪽시들음병 생물방제 기술 실용화
농민의 절실함을 담은
가치 있는 농업기술을 전파하다


이영규 연구관은 22년간 고랭지 주요 작물의 병해 진단과 방제에 매진하며, 식물방역법상 금지병인 ‘감자걀쭉병’을 박멸하고, 난방제 토양병인 ‘반쪽시들음병’ 생물방제 기술을 실용화하여 농가 피해 방지로 안정 생산 및 소득 증대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감자는 1824년 우리나라에 들어와 과거 서민의 배고픔과 영양을 해결해준 주요 작물이다. 감자걀쭉병은 감자가 기형적으로 가늘고 길쭉하게 변하여 품질과 수량 감소가 심각한 수입 금지병으로,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면 감자뿐 아니라 가짓과 작물(토마토, 고추, 파프리카 등)의 무분별한 수입을 막을 수 없고, 청정국으로 수출하는 길이 제한되어 농가 피해가 상당히 크다.

이영규 연구관은 2008년 국내 감자걀쭉병 발생을 조기 발견한 후 긴급실태조사와 선제적 전국 일제 방제를 통해 초기 확산을 막았고, 5년간 매년 전국의 300여 씨감자 생산 농가, 약 500ha를 전담 조사하고 관리하여 박멸 선언과 청정국 지위를 회복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후에도 후속 조치에 집중해 공적 방제 재정립 및 기준을 마련하였다. 이외에도 감자에 흔히 발행하는 Y바이러스 치료제와 현장에서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바이러스 진단키트를 개발, 보급하여 우량 씨감자 생산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또한, 이영규 연구관은 기후변화로 최근 발생이 증가하는 반쪽시들음병 생물방제 기술을 실용화하였다. 반쪽시들음병은 260종 이상의 식물체에 병을 일으키고 식물체를 시들어 죽게 하는 토양전염 병해다. 방제가 어렵고 치료제가 없어 농가 피해가 심한 상황에서, 이 연구관은 반쪽시들음병 생물방제용 미생물을 선발하고, 이를 신속히 농민이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이전하여 병 발생 지연과 확산 방지를 이끌었으며, 고랭지 작물 피해를 줄여 농가 소득을 증대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영규 연구관은 현장 농민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농민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전문가이자 공직자로서 동료 연구자들과 농민에게 높은 신망을 얻고 있다.
수상소감
대산농촌상 농업공직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되어 매우 기쁘고 또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함께 일하며 농업과 농촌의 발전을 위해 힘써주신 동료, 선후배들과 농업인 여러분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바이러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서른이 넘어 공직에 들어섰습니다. 2002년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소에 첫 발령을 받은 후 현재까지 감자, 고랭지배추 등 주요 작물의 바이러스병 등 병해 진단과 방제법 개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농업 현장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일이 좋았습니다. 바이러스라는 보이지 않는 것을 꾸준히 연구하며,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좋은 일도 여럿 있었습니다.

2008년, 식물체에서 바이러스 유전자만 분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이후 연구 활동에 속력을 내려는 때에, 금지병인 감자걀쭉병이 국내에 발생했습니다.

저는 연구 업무를 접고 전국 감자밭을 다니며 발생 조사에 매달렸습니다. 그렇게 5년 후 드디어 박멸 선언을 하고 우리나라가 다시 청정국 지위를 회복하게 되었을 때 무척 기뻤습니다. 제 인생에서 5년은 연구에 몰두하지 못하는 아쉬운 시간이었지만, 현장의 농민과 소통하고 현장의 어려움을 많이 알게 되었던 귀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병 발생 초창기에 밭에서 시료를 채취하는 일이 반갑지 않은 터라 밭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했던 농민들이, 5년 후 제가 ‘이제 그만 옵니다’라고 했을 때 서운해하면서 ‘그래도 와야지’ 했던 말도 생각납니다. 2020년 “연구도 못 하고 고생이 많았다”며 씨감자연합회 농민들이 주신 공로패는 감동이자 큰 보람으로 남아 있습니다.

2016년부터는 고랭지 감자와 배추에 나타나는 반쪽시들음병을 방제하고자 생물방제 기술개발 연구에 매진하여 2022년에 반쪽시들음병 방제 기술을 특허출원하였습니다. 2023년부터 제품화하여 농가에 공급하게 되었고 이 기술이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꼈습니다. 여러 기관과 협력을 통해 항체를 시험관에서 생산하는 기술과 식물바이러스 치료제도 개발하였습니다.

뒤돌아보면 저는 참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무엇인가를 이루려고 할 때 늘 주변의 도움과 협력이 있었고, 그 힘으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습니다. 이번 수상 소식을 듣고 “감자인 모두의 경사”라시던 선배님의 말씀을 새겨봅니다. 앞으로도 농업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며 농민들과 함께 희망을 만들어가는 공직자로서, 후배들이 더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끝으로, 많은 지지와 격려를 보내주신 동료, 선후배, 그리고 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아내와 가족에 감사를 전합니다.

심사위원

※ 가나다순
본 심사위원
김상권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
김창길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어촌분과 위원장
양승룡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장영주 국회입법조사처 산업자원농수산팀 팀장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
부문
심사위원

농업경영 부문

김영희 서울대학교 그린바이오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의장
허수종 샘골농업협동조합 조합장

농촌발전 부문

김선아 한국농어민신문 농업부 국장
정민철 젊은협업농장 이사
조양호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이음 작은변화연구소장

농업공직 부문

김소영 농민신문사 산업부 부장
양은영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 원예학부 교수
이철규 담양군농업기술센터 미래농업연구단장

대산농촌상 상패에 담은

대산농촌상 상패는
“농촌은 우리 삶의 뿌리요, 농업은 생명을 지켜주는 산업”이라는
대산 신용호 선생의 철학을 창조의 상징인 ‘손’에 담았습니다.

‘두 손’ 은 지속 가능한 농업과 농촌을 만들어 가는 농민의 중요성을,
‘새싹’ 은 인류의 생명을 지켜주는 농업의 가치를,
‘강철’ 소재는 농민과 농업을 포용하는 변치 않는 삶의 근원인 농촌의 중요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상패를 디자인한 윤호섭 교수는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시각디자인학과 명예교수이자, 환경 공해를 최소화하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그린 디자이너’로 교육과 환경, 디자인과 환경을 접목해 자연의 메시지를 디자인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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