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연, 사람, 음악이 어우러진 그 곳^^ |
|
| 글쓴이 : 홍정분 |
날짜 : 10.09.15 |
조회 : 1814 |
|
|
나이가 들어가며 숲이 좋고,산이 좋고, 들꽃이 좋다. 젊은 시절 멋모를 때는 도시가 그리 좋더니 한 해 두 해 해갈이가 거듭될수록 자연속에서의 삶을 꿈꾼다.
몇 달전 뒷산 산책길에 친구에게서 대산재단에서 농촌체험행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맘이 설레였다. 시댁도 친정도 농촌과는 거리가 먼 도시출신의 엄마아빠덕에 아이들은 100% 무결점 도시아이들로 자라고 있으니 참 미안하다. 어릴 적 할아버지댁 냇가에서 고기잡이 하던 기억, 부엌옆 돌절구에 찹쌀밥을 찧어 만들어주시던 인절미. 이런 아름다운 추억을 나만 가지고 있기에는 항상 가슴 벅차다.
체험마을의 신청경쟁률이 치열하다는 소리에 맘을 비우고는 신청을 했더니 당첨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마치 로또에라도 당첨된듯 여기저기 자랑전화로 한나절을 보냈듯 싶다.
출발 당일 고속도로가 밀려 체험마을에 늦게 도착할까 아침도 먹지 않고는 서둘렀다. 휴게소에 들려 간단하게 싸온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고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른 출발에 산채마을에 도착해보니 다른 가족들이 아직 도착전이다. 주변정리를 하시는 마을 이장님이 그물 가지고 냇가에서 고기잡이하라 챙겨주신다.(이곳 이장님의 기억력에 참여가족들 모두 혀를 내두렸는데 이유인즉 단 번에 10가족 전원의 이름을 다 기억하시는 것 아닌가...정말 놀랍고 감사했다.)
물고기가 우리를 잡는지 우리가 물고기를 잡는지 정신없이 고기잡이에 빠져 있을 무렵 하나 둘 다른 가족 들이 도착을 한다. 어른들은 서로 서먹서먹하여 말도 제대로 못 나누고 쭈볏쭈볏하나 아이들은 형,아우 할 것없이 고기잡이 놀이로 벌써 친구가 된다. 이것이 자연의 힘인듯 싶다.
간간히 쏟아지는 소나기로 1박 2일 짧은 듯한 일정에 아쉬운 맘 가질 겨를도 없이 산채마을에서는 많은 체험을 할 수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주셨다. 비를 맞고 개조한 트렉터와 트럭도 타보며 감자도 깨고, 다른 가족들과 어우르며 감자전도 만들어 먹었다. 음식을 만들며 서로 나누니 서먹서먹하던 어른들의 쭈뼛거림은 서서히 사그러들고 있었다.
마을 옆 갈이공방이라는 목공실에서는 소망타임캡슐인 목공예를 해보니 엄마,아빠의 그림솜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되고... 서로서로 자신들이 맡았던 부분부분들에 대해 애정어린 칭찬과 덕담이 오고가니 삭막한 아파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흥이 흘러 넘친다.
돼지바베큐 익어가는 냄새가 코를 넘실 거리게 할 즈음 모두가 함께 모여 이야기꽃도 피우고 아이들은 초코파이 내기 단체줄넘기를 한단다.
저녁시간이 흘러 밤이 깊었으나 서로들 너무 아쉬워하니 식당에서 자리를 이동해 몇몇의 숙소로 이동해서는 억지로 시키지도 않았는데 통기타반주에 맞춰 추억의 노래 한가락씩 뽑아댄다. 노래방기기 없다고 투덜대거나 뒤로 빼는 사람도 없다. 어른과 아이 따로 없이 사람, 자연이 통하니 음악이 절로 흘러나온다. 태초에 음악의 탄생도 이랬으리라...
아쉽지만 내일을 기약하며 뒷정리도 말끔히 하고는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약간의 음주로 취기가 걱정되나 산좋고 물좋으니 이른 새벽 눈이 떠진다. 창문너머 보이는 자작나무는 바람결에 출렁이고 있다. 늦은 잠자리도 아랑곳없이 점퍼를 챙겨입고는 뒷산 산책에 나선다. 산책길에 아빠와 아이들은 1:2 씨름을 한다. 주변에는 도시에서 보기 힘든 야생초들이 널려있다. 그러나 함부로 해꼬지 하지 않는다. 단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피부로 느낄 뿐이다. 눈을 감고 바람에 나를 맡겨본다. 오늘이 체험 마지막이라는 사실에 서운함을 감출 수 가 없다.
짧은 산책을 마무리하고는 서둘러 식당에서 아침을 맛나게 먹고는 앵무새 농장에 앵무새와 친구하러 길을 재촉한다. 몇 백마리는 될 듯한 다양한 종류의 앵무새들...
처음 알았다. 앵무새의 빛깔이 그리 다양하고 화려할 줄은...
이제 다시 도시로 떠나야 한다. 떠나기전 가마솥밥을 손수 나무를 해와서 점심을 지어먹고 가란다. 역시나 시골인심은 밥인심부터가 다르다. 평소에는 얼씬 거리지도 않던 부엌일, 가마솥밥 짓기는 아빠를 몫이란다. 밥이 잘 안되면 점심 굶고 가야한단다. 여기도 복불복이란다. 그러나 시골인심에 그냥 굶겨보낼까...가마솥불지피기 손수 봐주시는 이장님의 손길에 가마솥 곤드레밥의 향이 풍긴다. 다 지어진 밥을 찌그러진 양푼에 감자채 볶음과 어우러 비벼먹으니 임금님 수라상이 울고 가겠다. 사먹었던 곤드레밥과는 격이 틀린 자연과 아빠의 정성, 엄마의 불씨를 살릴려는 끊임없는 부채질, 그리고 잔가지와 솔잎등을 부지런히 나무꾼모냥 안고 들도 분주하게 날라대느라 고생했던 남매의 정성이 지어낸 밥상.
그 맛을 못잊어 곤드레 나물을 사와서는 집에서도 해먹는다.
내일 아침엔 산채마을의 추억을 생각하며 곤드레밥을 지어 먹어야겠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