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래미마을의 추억을 1박2일에 담아 |
|
| 글쓴이 : 이순애 |
날짜 : 10.09.13 |
조회 : 1969 |
|
|
사실 우리 가족은 당첨자가 아닌 대기자여서 캠프참가의 기쁨이 더 컸는지도 모른다.
때 아닌 가을장마가 예고되어 심란하던 금요일 저녁. 예정대로 캠프가 진행된다고 하여 걱정반 기대반으로 출발하는데도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마을에 도착하니 비는 말끔히 갠 상태. 하늘은 여전히 구름을 잔뜩 머금고 있지만 우리의 마음은 가벼웠다. 비가 온들 대수랴? 비 맞으면서 체험해 보는 것도 특별한 맛일게다.
아빠는 내심 시골의 평범한 밥상을 원했지만 마을에서 주신 밥은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다. 네 끼를 먹는 내내 이렇게 잘 먹어도 되는 거야? 하면서 정말 감사히 먹었다. 농촌체험의 의미를 아는 건지 아이들도 쌀 한 톨 안 남기고 싹싹싹 비워 내었던 것 같다.
고구마캐기, 미꾸라지 체험장에서 향어와 메기 잡기 그리고 마을의 보물찾기 그리고 다음 날 이어진 포도따기 체험 등등, 참 잊을 수 없는 기상미션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팀이름도 일박이일로 정했을 정도였다.
평소에 무뚝뚝한 아빠도 향어을 잡으면서 신나서 소리를 꽥꽥꽥 지를 정도였고 기운 센 메기 한마리를 잡았을 때에는 들판이 떠나가라 큰 소리로 흥분했었다.
모두 멋진 프로그램이었지만 온 가족이 힘을 합쳐 부래미마을의 구석구석을 돌며 진행한 보물찾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체험하는 마을에 대하여 알아보는 시간도 되어 꼭 외가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엄마 아빠 누나 동생이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가족간의 결속력과 끈끈한 정, 그리고 함께 자연을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찾기 어려운 네잎클로버를 찾은 아들 아이 덕분에 200점을 맞게 된 기쁨은 물론이고 그로 인해 자신감을 되찾은 아이의 모습에서 또 한 번 체험의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다.
늘 소심하고 약한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이번 체험을 통하여 여러 가지 느낌을 가진 것 같아 좋은 시간이었다. 내 힘으로 노동을 해 보는 기쁨, 땀 흘린 후 먹는 밥의 소중함 등을 말이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와중에 이루어진 체험이 오히려 더 진한 추억이 되어 준 농촌체험. 우리가 밖에 나갈 때는 어김없이 비가 왔고 실내에 들어오면 해가 쨍쨍나는 체험이 계속되었다.
한참 들꽃에 취해 있는 엄마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대며 감탄사를 연발해 댔다. 이렇게 아름다운 농촌이 고이고이 간직되기를....
우리 아이들에게 흙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 준 그리고 농촌의 소박한 인심을 가슴 가득 남겨주신 고구마밭 할머니와 포도밭 이장 할아버지를 평생 기억하게 될 것이다.
일상으로 돌아 온 날 아침, 마을에서 캐 온 고구마 줄기로 나물을 만들고 밤고구마를 구워 먹으면서 그 날을 다시 추억해 본다. 이가 안 좋으신 외할머니께 갖다 드린 포도는 너무나 달고 맛있다고 하시니 그 말씀 들을 때마다 처음 가위질을 했을 때의 짜릿함이 느껴져 온다.
이번 추석엔 큰할아버지 댁에 가서 작은 일손이나마 도와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