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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의 사랑과 희망을 이어주는 새둥지 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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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문대진 |
날짜 : 10.09.12 |
조회 : 26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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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두둑 후두둑'
학교를 빠져나오는 차량위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시험은 잘 쳤니?"
"네! 생각보다는 쉬웠던것 같아요."
"아빠! 빨리가요."
우리가 연천 새둥지마을로 떠나던 날 초등학교 6학년 소희의 한자 시험이 있었다. 미리 새둥지마을 사무장님께 조금 늦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시험이 끝나자 마자 아이를 싣고 연천으로 내달렸다.
중동IC를 접어드니 차량이 서시히 밀리기 시작한다.
"아빠! 우리 연천에 늦게가면 메기잡이 체험 못해요?"
"글쎄. 아빠가 늦지않게 도착하도록 노력해볼게."
초등학교 3학년인 우준이는 마음이 급하기만 하다.
다행히 송내IC를 빠져나오니 도로는 막힘이 없다.
자유로를 접어들어 얼마를 달리니 저 멀리 통일전망대가 보인다.
"아빠! 저기 우리가 여름방학때 갔던곳 아니예요?"
"그래. 작년에 우리가 대구에 살때 다녀왔던 곳이지."
사실 우리의 경기도 생활은 아직도 낯설기만 하다.
대구가 고향인 우리가족은 올 2월에 회사의 전근으로 인해 정든 고향을 떠나 안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태어나서 한번도 고향을 떠나지 않았던 우리 가족에게 타향에서의 생활은 모든것이 낯설고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 걱정이 되었던 것은 소희와 우준이였다. 어른들이야 어떻게든 생활하겠지만 친구하나 없는 이곳으로 전학을 와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학교에서 사투리를 쓴다고 놀림을 받거나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까.... 학교를 보내놓고도 내내 걱정이었다.
내년이면 중학교를 가야하는 소희는 지금이 사춘기인듯 하다. 이래 저래 적응이 안된 상황에서도 공부를 소홀히 할 수 없다보니 학습지도를 하는 엄마에게 짜증을 낼때가 많고 그런 이유로 모녀간에 많이 부딪히기 일쑤다.
이런 시기에 교보생명의 농촌체험이라는 행사를 접하게 되었고,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가 필요했던 우리 가족에게 꼭 필요한 내용인 것 같아 참여하게 되었다.
연천으로 접어들어 얼마간 달리니 새둥지마을 간판이 눈에 띈다.마을회관인듯 보이는 곳에 주차를 하니 미리 도착하여 점심식사를 끝낸 다른 가족들이 여기 저기 모여 굴렁쇠 굴리기, 팽이 돌리기, 윷놀이 등의 전통 놀이를 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사무장의 안내에 따라 2층으로 방을 배정받은 우리는 방문을 여는 순간 깔끔하게 정리된 내부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농촌체험행사라는 생각에 오래된 시골집을 상상하던 우리에게 화장실이며 베란다며 잘 갖추어진 시설을 보니 여느 펜션에 뒤지지 않을 정도이다.
달라진 농촌, 변화하는 농촌을 실감한다.
이곳 새둥지마을은 도시와 농촌을 이어줘 새로운 둥지를 틀게한다고 하여 새둥지마을로 불려진다고 한다.
새둥지마을에서의 첫번째 농촌체험은 우준이가 기다리던 메기잡이체험.
비는 아직도 오락가락 하지만 농촌을 제대로 느껴보고자 맘 먹고 온 우리들에겐 더위를 식혀주는 단비일 뿐이었다. 메기잡이 체험장까지 우리를 모셔준 트랙터는 그 어떤 고급차보다도 더 특별했다.
어릴적 촌에서 태어나 자란 나 였기에 물고기 잡는것에 나름 자신이 있었지만 막상 체험을 시작하니 마음먹은대로 잘 되지않았다. 유유히 헤엄치는 메기가 손끝을 스쳐 지나지만 얼마나 미끌하던지 도무지 잡히질 않는다. 우준이와 소희도 열심히 따라 다니지만 발만 동동 구를뿐....
손 안에까지 들어온 메기를 몇 번이나 놓치고서야 드디어 한 마리를 잡는데 성공. 아이들의 함성이 터져 나온다. 잡은 메기를 우준이 손에 쥐어주니 자기가 잡은냥 엄마에게 달려가 자랑을 하며 우쭐해 한다. 그렇게 얼마동안 시간가는줄 모르고 웃고 떠들며 메기와 사투를 벌인 후에야 양동이 가득 메기를 채울수 있었다. 우리가 잡은 메기는 오늘 저녁 삼겹살파티때 소금구이로 맛 볼 수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신나게 메기잡이를 하고 마을로 돌아오니 수영장이 아이들을 기다린다. 사실 이런 농촌에 이렇게 번듯한 수영장이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도시와 농촌을 이어주기 위한 마을 사람들의 배려가 느껴진다.
농촌의 청정수로 채워진 새파란 수영장에 우리들은 메기를 잡으며 젖어 버린 옷을 그냥 입은 채 뛰어들었다. 간간이 내리는 비도 이제 더이상 우리에겐 불편하고 짖굳은 날씨가 아니었다. 내리는 비를 맞아도 옷을 다 버려도 엄마에게 혼나지 않는다는게 아이들에겐 더 신나는 일 인것 같다.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어버린 우리 가족은 방으로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마당에 내려가니 부녀회에서 손두부 만들기 체험을 준비하고 있다. 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콩을 맷돌에 넣고 아이들에게 직접 돌려 보게하고 만드는 전 과정을 일일이 설명하며 눈으로 보여주니 이보다 더 확실한 교육이 어디 있을까. 이렇게 만든 두부도 저녁식사에 반찬으로 올려 주신다고 한다.
김이 모락 모락나는 하얀 쌀밥과 몸에 좋은 카레 그리고 우리가 만든 두부, 각종 나물들이 저녁 식사에 올라왔다. 농촌에서 먹는 밥맛이 이렇게 좋을줄이야.... 그야말로 위대한 밥상이었다.
저녁을 먹고 잠깐 휴식을 취한 후 강당에서 소망등 만들기가 이어졌다. 소망등에 가족의 소원을 적고 예쁘게 꾸민 다음 여러 가족들 앞에서 발표도 했다.
우리 가족의 소망등 제목은 하루 하루를 웃으며 살아가자는 아빠의 작은 소망을 담아 스마일 패밀로 정했다. 엄마는 가족의 건강을, 소희는 외교관의 꿈을, 우준이는 박지성 선수같은 축구선수를 소망했다. 비가 잠깐 그친 틈을 타 마당으로 나와 소망등 안에 있는 파라핀에 붙을 붙이자 그 열기가 등을 떠오르게 만든다. 한 순간 아이들의 손을 떠난 소망등은 까만 밤하늘에 은은한 불빛을 발하며 두둥실 솟아 오른다. 어른이며 아이들이며 여기 저기서 함성과 박수가 쏟아지고 소희는 어느새 두손을 모으고 기도를 시작한다. 우준이는 소망등이 저 멀리 북한까지 날아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우리들의 간절한 소원을 담아 떠가는 소망등은 아이들의 미래 만큼이나 높이 높이 올라만 갔다.
그렇게 한동안 까만 밤하늘을 올려다 보던 우리를 부른건 다름아니 낮에 잡은 메기 소금구이와 삼겹살바베큐의 먹음직스러운 냄새였다. 바베큐 연기가 하얗게 피어오르는 가운데 아빠들이 구워온 삼겹살과 메기구이로 가족들의 입이 마냥 즐겁다. 가족들끼리 오손 도손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때까지만 해도 서먹했던 우리는 모두가 한 가족이 된다. 어린시절 한 여름밤에 마당 한 가운데 멍석을 깔고 누워 밤 하늘의 별을 세며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그 시절의 추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바베큐 숯불이 꺼질 즈음 우리가족은 든든한 배를 두들기며 마을로 산책을 갔다. 오락가락 하던 비가 잠깐 멈춘지금 하늘에는 구름을 벗어난 달이 우리를 살짝 비춰주고 길가에는 아이들 키보다 더 큰 해바라기가 밝은 미소로 내려다 본다. 도시에서 맡을수없는 상큼한 밤공기를 가슴속 깊숙히 들이 마시니 머리까지 맑아져 오는 느낌이다.
"소희야! 요즘 공부하기 많이 힘들지?"
"네. 좀 힘들긴 하지만 괜찮아요."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은 많이 사겼어?"
이렇게 시작된 우리 가족의 대화는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정자에 앉아서도 잠자리에 누워서도 계속 이어진다. 다행히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을 하고 있는것 같아 안심이 된다.
새둥지마을에서의 밤은 그 동안 소홀히했던 우리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기에는 짧기만 했다.
다음날 아침.
빗소리를 맞으며 일어나니 마을에서 벌써 아침 준비를 해 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
아침 식사라고 해서 결코 소홀히 하지 않으신다. 도시에서의 아침은 언제나 그렇듯 시간에 쫒기다 보니 밥을 떠는둥 마는둥 하기 일쑤인데 이렇게 푸짐한 아침식사는 참으로 오랜만인것 같다.
새둥지마을 둘째날 첫 체험은 인절미 만들기.
미리 쪄 둔 찹쌀을 떡메로 짓이기며 메치니 조금씩 엉겨붙기 시작한다. 처음엔 어른들이 나서서 힘을 좀 쓰고서야 쫀득쫀득한 인절미의 모양이 나오고 아이들도 돌아가며 직접 떡 메치기를 체험한다.
그렇게 만든 떡에 노란 콩고물을 묻혀 나온 인절미는 구수하면서 쫀득한게 입에 착 달라 붙는다. 금방 아침을 먹었는데도 몇개를 더 입에다 가져가게 만든다.
인절미 체험이 끝난 후에도 빗줄기는 수그러들줄 모른다. 다음 체험을 기다리며 마당에 있는 정자에 모였지만 계속해서 내리는 비로 인해 체험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댜. 하늘이 하는 일이라 어쩔수 없음에도 정해진 체험행사를 진행해야하는 사무장님은 난감해하는 표정을 감추질 못하고 계신다. 비가 그치면 어떻게 해서라도 옥수수따기를 해 볼수있도록 하시겠다는 말씀은 오히려 우리가 미안하고 고맙기만 하다.
정자에 앉아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우산을 들고 이리 저리 둘러본다. 마당에 있는 누렁이와 대화도 나누고 지렁이도 관찰하고..... 닌텐도와 컴퓨터가 없는 이곳에서 아이들의 눈은 비로소 자연을 보게된다. 자연을 온 몸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그들에게 물음표를 던진다.
오래되지 않은 시간이지만 이곳에서의 아이들 모습은 참으로 행복해보인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아내와 함께 빗소리를 듣고 있는 이 아침이 너무 여유롭고 좋다.
옥수수 밭을 답사하고 온 사무장님이 옥수수따기는 밭이 너무 질퍽해져 할수가 없을것 같다고 하시며 뭔가 다른걸 준비하신다. 뻥튀기를 해주시겠다고..... 어릴적 설날이면 시장에서 쌀과 떡을 튀겨주던 그 뻥튀기. 얼마간의 준비끝에 뻥튀기가 불을 받으며 돌아간다. 아이들도 직접 뻥튀기를 돌려보고 신기해 한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 마을 어르신의 "뻥이요!"하는 우렁찬 목소리가 들리고, 아이들이 귀를 다 막기도 전에 마당은 온통 하얀 연기로 뒤덮인다. 아이들의 놀란 눈이 연기가 사라진 뻥튀기로 향할때 쯤 망태기에는 밥알같은 하얀 뻥튀기가 수북히 쌓여있다. 소쿠리에 담은 뻥튀기를 정자 한가운데에 갖다 놓으니 아이들이 우르르 모여들고 저마다 종이컵에 한컵씩 담아 맛있게 나눠 먹는다.
한 번의 뻥튀기를 더 해서 각 가족별로 봉지에다 담아 돌아가는 길에 먹으라고 챙겨주시는 모습에 농촌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다.
뻥튀기 체험을 마친 우리는 시원한 콩국수로 점심을 먹고 1박2일의 짧은 일정을 마무리 했다.
비록 짧은 일정이었지만 우리 가족에겐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 날씨가 화창했으면 더 좋았을수도 있었겠지만 오히려 비가 내린 덕분에 우린 그 동안 하지 못했던 많은 대화를 나눌수 있었고 서로를 이해하며 가족의 사랑을 확인할수 있었던 것 같다. 또 모처럼의 농촌 체험을 통해 달라진 농촌을 느낄수 있었으며 그 곳에서 새로운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좋은 아파트와 좋은 차, 편안함만을 쫒아 다니는 도시민에게 이곳은 바람을 막아줄 벽과 비를 막아줄 지붕 그리고 여유로운 마음만으로도 행복해질수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짐을 챙겨 내려오니 마을에서 직접 농사지은 친환경 백학참쌀 한 자루를 또 쥐어 주신다.
뻥튀기와 인절미, 백학참쌀을 양손 가득 들고 그 동안 따뜻하게 대해주신 마을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후 우린 또 도시로 향한다.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뻥튀기를 한움큼 입에다 가져가는 우준이의 해맑은 목소리가 귓전을 멤돈다.
"아빠! 저는 이제 농촌이 좋아졌어요! 우리 다음에 또 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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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넘 잘 쓰셨네요. 어린시절 추억이 생각나요^^ 이기회에 문단데뷔하시는게 어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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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심의 세계가 그대로 작렬하는 글을 읽고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충동이 생겨 나네요. 너무나 감동적이였어요! 좋은글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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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 우리가 지켜나가야할 소중한 자산임을 깨닫게된 시간들이었어요. 두 분들도 꼭 경험해보시기 바랍니다. 댓글 감사드리고요.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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