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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차 체험 기회를 통해 하나가 된 우리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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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하남진 |
날짜 : 10.08.30 |
조회 : 1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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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중학 2년생, 초등 6학년생이 되자 부모와의 시간보다는 친구들과의 시간을, 바깥에서 건강하게 몸을 움직이며 하는 놀이보다는 실내에서의 게임 들을 더 좋아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어 버렸다. 부모로서 아쉬운 마음이지만 어쩔 수가 없어서 안타까워 하던 때에,
'대산농촌문화재단'에서 제공하는 농촌마을 체험 캠프를 알게 되었다. 신청을 하면서도 이번이 마지막 신청 기회라는 생각에(신청 자격이 초등학생 이하이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신청 자격이 안 된다는...), 너무나 간절하게 체험 기회가 오기를 바랐었다.
드디어 발표날, 정말 고맙게도 자격이 주어졌다. 이야홋~~~. 아이들과 함께 하는 집밖에서의 다양한 체험을 통해서 부모 자식의 끈끈한 정을, 특히나 아빠랑 함께하는 활동의 기쁨을 마음껏 느끼게 하리라 결심. 모든 체험을 무조건 아빠랑 하게 해야지...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남해다랭이마을 관계자 분들이 제공하는 정성어린 숙식 환경은 알찬 체험활동 못지않게 만족스러웠다. 네 번의 식사는 시골 친정집에 와서 친정엄마에게 얻어먹는 밥과 반찬 같았는데, 특히 아삭거리며 입맛 당기게 하는 남해특산물 마늘장아찌, 신선한 생선 구이, 아침에 담장에서 따내려 볶았다는 호박 나물, 내가 볶은 멸치 맛과는 뭔가 다르게 식감이 좋은 멸치조림 등 거창하지는 않지만 소박하면서 따뜻한 음식이었다.
또한 내부 리모델링을 통한 깨끗한 숙소는 여느 값비싼 펜션 못지 않았는데, 무엇보다 놀란 것은 마을 전체가 '바가지 안 씌우기 운동'으로 정직한 금액을 받고 있다는 사실. 성수기에 개인적으로 가더라도 4만 원 정도면 깨끗한 방을 구할 수 있다는 민박집 아주머니의 설명이었다. 오잉?? 4만원이라면 거저 먹기가 아닌가....
체험 활동들 역시 1박2일이 짧다 싶을 만큼 재미있고 알찼었는데,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것 서너 가지만 소개하고 싶다.
<몽돌생태체험장에서, 손그물로 미끈망둥어 잡기와 래프팅, 뗏목 타기>
우리들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부터 동전 크기 만한 매끈거리는 몽돌 아래에는 수백, 수천 억 마리 이상의 미끈망둥어(생김새는 미꾸라지 같은데, 머리 부분이 더 납작하고 네모이며, 한 마디로 못생긴 물고기)가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사실, 사무장 님이 자세한 설명과 함께 건네준 '멍게의 노란 속살'을 몽돌 틈에 넣으면서도 무수한 낚시질 헛방 경험이 있는지라, 조금은 반신반의했다. 살아 있는 물고기 잡는 게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인가 하면서... 그런데 정말 1초도 지나지 않아서, ‘이렇게 대는 거 맞나?’ 하는 자기 확신도 하기 전에, 손가락에 뭔지 모를 탄력이 느껴졌고 엉겹결에 쑥 빼자마자 두 마리의 시꺼먼 미끈망둥어가 멍게를 입에 문 채 따라올라 오는 것이 보였다.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서,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멍게살을 던져 버리고 말았다. '으아아아아악ㄱㄱㄱㄱ'
그 후로 미끼를 돌 속으로 살짝 밀어넣는 족족, 어떤 때는 500원짜리 동전만한 멍게에 예닐곱 마리 망둥어가 달라붙어 올라오는 때도 있었는데, 크기는 어른손가락보다 작은 것들이 어쩌면 그렇게 힘이 센지, 가끔씩 손가락으로 잡고 있는 멍게살을 잡아채 가버려서 다시 얻어와야 했다. 짜아식들, 건방지게 어른이 잡고 있는 미끼를 빼앗아 간단 말이냐??? 잡히기만 해 봐라이...
이 단순한 놀이가 의외로 정말 재미있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엉덩이를 시원한 바닷물에 깔고 앉아 너무나 손쉬운 손그물 낚시질을 즐겼는데, 주둥이를 넓게 자른 패트병 한 통을 채우는데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우리들은 가득 잡은 망둥어들을 바닷물에 방생해 주고 또 방생해 주면서 그놈들을 잡고 또 잡고 했다. 물고기 지능이 한 자리 수 비슷하다던데 아마 우리들에게 두세 번 잡혔다 살아난 녀석도 있을 듯 싶다.
그 옆에서는 팀을 나누어 래프팅을 하든지, 뗏목을 타든지, 자유롭게 바다수영을 즐기든지 했는데, 아이들은 이것 좀 하다가 심심해지면 저것 하고 또 저것 하다가 다른 것에 마음을 뺏기면 또 그것 하고... 서너 시간 동안 바다에서 마음껏 가족들과의 시간을 즐겼다.
엄마 아빠가 이렇게 온전히 아이들과 함께 놀기란 쉽지 않을 것이며 아이들의 행동, 표정, 감정 상태에 100% 공감하는 기회는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서울에서 온, 옆가족의 유치원생 아이가 아빠 손에서 꿈틀거리는 망둥어를 잡아보려고 잡아보려고 하다가, 결국 큰마음 먹고 잡은 순간 '비명'을 제대로 지르며 기겁을 하던 장면이 머리에 떠올라 미소가 지어진다. 분명 그때 비명을 지르던 그 아이의 얼굴도 웃고 있었다.
<달밤에 학교운동장에서 함께 했던 민속놀이>
정말 많이 웃고, 신나게 아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이었다. 민속놀이 전문강사 샘의 시범과 지도로 3,40대 부모들 모두 동심으로 돌아갔던 그 순간....
-달팽이집 놀이 (동심원으로 그려진 길을 따라 조금이라도 더 많이 간 뒤에 적군(?)을 만나야만 자기편이 유리해진다. 어른들 모두 자기편 아이들의 열망을 모아 얼마나 열심히 뛰었던지..... 다섯 살 아이와 중간에서 적으로 만나 가위바위보를 하는 아빠들도 아이의 리듬에 맞춰 한 박자 또 한 박자 쉬어 주는 센스를 발휘했고, 어린 아이들이 제 라인으로 안 달리고, 한 칸 안으로, 또는 한 칸 밖으로 삐뚤빼뚤 달려갈 때도 한없는 너그러움을 보여 주었다. 자기 아이든 남의 아이든 관용과 사랑으로 대하던 우리 어른들, 그곳에서는 가능했다.)
-비석치기 놀이 (어린 시절 열심히 했던 놀이여서 그런지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아빠들이 많았다. 그리고 아들내미, 딸내미에게 비석치기 놀이의 노하우를 가르치며 옆에서 응원하던 어른들, 세대를 이어서 다양한 노하우가 전수되던 순간이었다. 1단계부터 착착 밟아가는 비석치기 놀이는 단순해 보였지만, 여러 아이들의 무서운 집중력을 이끌어 내었다. 특히 마지막 시간대에 한, '똥꼬'에 끼우고 비석 맞추기 놀이는 대박이었다. 사실 ‘똥꼬에 끼우기’라는 동작 자체가 일상생활에서라면 대단히 민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남자아이 여자아이 할 것 없이 서로 안 하려고 쑥스러워하며 뺐을 동작인데 그날 밤에는 빼는 아이가 한 명도 없었다. 물론 어른들도 마찬가지였는데, 우아함과 고상함을 추구하는 우리 엄마들 역시, 확실하게 끼우고 상대방 비석을 정조준하여 쓰러뜨리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을 뿐이다. 그런 모두의 동작은 은근 웃기면서도 정다웠다.)
-그 외 가위바위보 놀이, 꼬리잡기, 동대문 놀이, 청어엮기 등등등등, 각종 민속놀이로 땀에 흠뻑 젖고 다리는 아팠지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정말 신났었다.
<17살 먹은 순한 소로 논 갈기>
마지막 체험 활동으로 이 마을에서 17년을 산, 새끼를 16마리나 낳았다는 순한 소로 논갈기 체험을 했다. 시골에서 자라며 풀을 먹이러 소를 몰고 다녔던 나도 이것만은 해 보지 않았는데,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소 주인 할아버지의 지도로 '앞으로 갈 때는-이랴', '옆으로 갈 때는-자랴', '멈출 때는 워~~' 이 명령어를 익힌 후 아이 한 명과 어른 한 명이 함께 소를 몰고 논을 갈았다.
때때로 소가 옆길로 빠져나가기도 했고, 소만 공격하는 벌 때문에 소가 힘들어 하기도 했지만, 그리고 머리로 외운 명령어를 제대로 써먹지 못하는 몇몇 어른들 때문에 (별것 아닌 것 같은, '이랴-자랴-워~~'가 실제 해 보면 엄청 헷갈린다.) 마음껏 웃기도 했다. 지켜보는 우리 눈에는 분명 ‘워~~’ 해야 하는데, 자기가 ‘자랴자랴’ 해 놓고 엉뚱한 소에게 탓을 대는 몇몇 도시 어른들.... 나 역시 그랬지만 이런 모든 실수들은 너그러운 웃음과 함께 우리 마음 속에 남았다.
지금, 일상으로 돌아와서 즐거웠던 시간들을 떠올려 본다. 바로 며칠 전의 일인데도 제법 까마득하게 느껴지지만, 특히나 아이와 어른이 점점 공감대를 잃어가는 요즘, 더 귀하고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고 느껴진다.
우리 가족 모두가 공유한 시간들이었기 때문에 거기서 얻은 에너지는 오래갈 것이다. 그리고 이 다음 더 긴 시간이 흐른 뒤에는 여기에 기록한 글과 사진들을 보면서 함께 추억을 나눌 것이다. 이런 것들이 모여서 인생이 되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 또한 크고......
이런 순간을 간직할 수 있도록 농촌체험 기회를 마련해 준 대산농촌문화재단과 교보생명의 기업윤리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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