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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움 가득한 강원도 횡성 산채마을 체험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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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이위숙 |
날짜 : 10.10.17 |
조회 : 17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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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도심을 벗어나 중앙고속도로를 따라 신나게 달린다.
비도 조금 흩날리고 우산도 비옷도 준비한 구름이 낀 흐린 날이지만 바람이 상쾌하다.
길가에는 코스모스 한들한들, 이름 모를 야생화, 누런 황금 들녘이 눈을 맑게 한다.
여름의 끝자락도 없을 것 같았던 지난 무더위와 폭풍우를 지나와 이제는 하늘 높고 푸르고 산엔 단풍잎 붉게 물들어 내려오고, 옷깃을 여미게 하는 가을이다.
추석(9/22)/추분(9/23)/한로(10/8), 그리고 횡성 산채마을 체험일정(10/9-10)
주변에 교보생명이 설립한 대산문화재단의 가족사랑 농촌체험을 하신 분이 추천하여 신청을 했었는데, 어려운 행운인데 바로 당첨되었다며 나보다 더 좋아합니다.
횡성하면 떠오르는 것은 한우, 안흥찐빵은 알았는데 그곳이 바로 여기 횡성인줄 이번에 알게 된, 나의 배움이나 아는 것이 이렇게 단편적이고도 무지함을 자랑합니다.
횡성은 한우와 더불어 더덕도 유명하다고 하는데 일교차가 심하고 고도가 높아 양질의 더덕이 생산된답니다.
모르는 곳으로 떠나보자, 미지로의 여행, 그 선택이 횡성군 둔내면 삽교1리 산채마을.
의성-안동-영주-단양-제천-원주를 지나와 둔내 IC, 청태산-태기산 자락에 자리잡은 산채마을로 간다.
출발할 땐 비-구름이더니만 위로 갈수록 맑은 구름이 두둥실, 마음까지 파랗다.
맑은 공기, 산, 물, 아담한 산촌마을 입구에는 “산채마을”이라는 이정표가 우리를 정겹게 맞는다.
해발 700m의 고랭지에 깨끗한 계곡과 아늑한 산들로 둘러 쌓인 자연생태보전 우수마을로 40여 가구 100여명이 사시는 마을이다. (실제 35가구에 군-학교 등등…하여 70여명이란다.)
이 마을은 배경이 너무 좋아 사진을 설정해 찍을 필요가 없는 예술 같은 동네다.
여기 사시는 많은 분들이 농사를 하시는데 여기 이 분들은 삶을 위해 농사를 짖고, 요즈음 우리는 체험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농사를 경험한다.
(물론 지금 이 체험행사는 대산문화재단의 많은 지원으로 빈 손으로 참여하였습니다)
도착하니 바로 점심이다.
점심은 산골밥상인데 이곳에서 직접 채취한 곤드레 나물, 취나물, 참나물, 곰취, 더덕, 고사리, 다래순 등의 산나물과 태기산 된장에 담근 고추-곰취-깻잎 장아찌 등이 그때 그때 때에 따라 식판의 반찬 수에 맞게 나오는데, 정갈하고 독특한 냄새와 쌉싸래한 맛이 일품이다.
[이곳의 산은 생명을 품었고 바람엔 향기를 실었습니다.
여기가 자연이며 이곳이 산채마을입니다.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건강한 자연이기에 소중한 당신을 초대합니다.]라는 많은 의미가 담긴 문구를 지으신 잘생긴 이장님으로부터 일정을 소개받고 방을 추첨하였는데, 이름도 예쁜 사랑채-비비추-얼레지-곤달비-각시취-곤드레, 슈바르트발츠 펜션, 이 마을 주민 분들이 직접 황토벽돌을 만드시고 나무 깎아서 정성으로 지은, 숙소들이 그림 같다.
도시의 답답함을 느낄 때 가끔은 그려 보았던 황토방, 장작불, 텃밭, … 그런 아름다운 집들이다.
이제부터는 여러가지 체험들이다.
가족 타임캡슐 제작 <성수갈이질 공방체험>
목공예를 30년 이상 하셨다는 장인의 멋진 작품들(개, 토끼, 거북, 악기,…)도 구경하고, 호리병과 호리병 목에 걸린 고리를 제작하는 과정을 직접 보니 그 또한 예술이다.
가족 타임캡슐은 아이들과 아이들이 생각하는 우리들의 집을 그려서 각자 한쪽 벽면을 나눠서 작업했다. 이 멋들어진 사랑의 집에 우리들 미래의 꿈을 담아 보관하면서 오고 가며 다시 한번 꿈을 생각해 보게 하라는 이장님의 큰 뜻이 담긴 체험시간이다.
아이들에게 가끔씩 자기가 적어두었던 꿈들을 세월과 함께 점점 구체화되어 가는 과정을 보고 싶다.
체험 삶의 현장 <고랭지 감자캐기>
트럭을 타고 울퉁불퉁 덜커덩 그리 멀지 않은 감자 밭에 들어가 감자를 캤다.
올망졸망 많이도 달렸다.
내 것이 더 많고 크고 이상하게 생겼다며 자랑하는 아이들의 웃음을 보며, 다음주가 시험이지만 그래도 먼저 감자 책이나 읽혀야겠다. 많이 캔다고 캤는데 다른 분들도 열심이다.
땀이 나도록 캐서 일손 바쁜 이곳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체험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농활에 참 나오듯 <감자전 부치기>
그렇게 우리가 캐온 감자를 모아 모아 새참으로 감자전 부치기 시작!
두 가족이 한 팀이 되어 아이들이 좌충우돌 씻고, 깎고, 갈고, 부치고, 편식하는 녀석이 몇 번이고 더 달래는 것을 보면 아마도 스스로의 노동과 산채의 분위기가 어우러진 맛이 있었기 때문 아닌가 싶다.
그렇게 아쉬움이 남는 새참을 맛있게 먹고 잠깐의 자유시간에 아이들은 족구, 배드민턴, 축구, 자전거 타기 등 스스로 모여서 스스럼 없이 잘들 논다.
<소망등 작성- 자유시간>
내 어릴 적 꿈은…, 하얀 소망등 백지 위에 우리 가족들의 소망, 사랑, 꿈, 희망사항, 바램 등을 적는다.
건강한 꿈, 지혜로운 삶-건강-전원생활-곤충학자-천문학자-외교관-가수-경제적 여유-xxx대-키-…???
여러 바램과 꿈을 담은 이 소망등이 하나의 계기가 되어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일들을 잘 해나갔음 하는, 바램이 소망이 되고 소망이 희망이 되고 희망이 열정으로 열정이 결실을 결실이 많은 이들의 삶에 도움되는 일들을 해줬음 좋겠다.
<통돼지 바비큐 & 저녁식사 & 소망등 띠우기>
오후 내내 뒤뜰에서 구워진 통돼지 한 마리를 올려놓고 아빠들이 해체작업을 한다.
껍질은 가위질을 하고 살코기들은 먹기 좋게 찢어두는데 장갑을 껴도 손이 데일 듯 뜨겁단다.
상에는 금배 추며, 나물이며, 소스며, 고기며 푸짐하다.
그리고 소주, 맥주, … 오고 가는 술잔 속에 어른들도 가까운 이웃이 되고, 함께한 다른 가족 분들도 즐거운 체험인듯한 넉넉한 표정들이다.
산촌의 밤도 깊어가고 취기도 오르고 어둠이 짙게 내린 시간에 밖으로 나왔다.
바람이 산뜻하게 차다.
별들이 무수히 반짝인다.
낮에 만든 소망 등을 띠우는 시간이다.
불을 붙이고 등 안에 가스가 차기를 기다려 잡았던 손을 놓는다.
우린 소망을 많이 적은 관계로 무거워서 뜰까 했는데, 아! 하늘로 서서히 날아오르는 순간.
소망이 현실로 다가올 것 같은 느낌-감동. 아이들도 가슴속에 감동과 뭉클함이 자리하고,
소망등은 그렇게 그렇게 높이 날아 올라 하늘의 별이 되었다.
이제 아이들이 별을 보면 소망등이 생각나고 그러면 꿈도 영글어 가리라.
<숙소에서 잠자기>
추첨으로 우리가 지냈던 곳은 잣나무 숲 속의 비밀의 정원 같은 슈바르트발츠라는 펜션인데 음악하시는 분들이 연주연습을 겸해서 찾으시는 그런 곳이란다.
또 이곳은 앵무새 체험을 하는 곳으로 앵무새 집들이 많았다.
늦게 도착한 관계로 어둠 속에서 맞았지만 내일 앵무새와 함께 다시 보리라 한다.
이내 잠들지 못하고 서성인다.
별이며, 가로등이며, 풀벌레 소리며, 바람소리며, ….
별을 바라보며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하염없이 바라보는 이 무아지경의 사심 없음의 시간
별이 너무 가깝다.
폴짝하고 뛰면 잡힐 듯하다.
그렇게 꼼지락거리다 잠이 들었다.
산촌의 밤은 아주 고요하고 바람은 차다.
일찍 일어난 큰아이와 산책을 한다.
풀잎에는 이슬이, 풀 줄기에는 옅은 서리가 있어 손이 닿으니 금방 이슬이 된다.
걷는 길에 밤알 몇 개, 잣 한 송이 떨어져 있다.
역시 부지런해야 하나라도 더 얻는 것인가?
슈바르트발츠 앵무새 농장 체험 <앵무새와 친구하기> 김성환님
아이들이 아주 좋아했던 앵무새 체험은 군민체육대회 행사요원임에도 시간을 내시어 앵무새의 특징, 다루는 법 등을 설명, 안내해 주시고 새장을 여셨다.
주춤주춤 겁먹은 표정으로 다가가던 아이들이 점점 가까워지더니 손에-손가락에-어깨에-모자에-팔에 앉혀도 보고 쪼르르 달려가 잡아도 보고, 어른들도 그렇게 스스럼 없이 함께 하였다.
내가 공부하고 사서 기를 엄두는 나지 않았는데, 동물/곤충을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아주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내 손으로 가마솥 밥 체험 <곤드레 밥>
쌀과, 곤드레, 물을 넣어 이미 준비해 둔 작은 가마솥을 들고 양쪽으로 벽돌이 3장씩 놓여있는 곳에 솥을 건다.
아이들이 아궁이에 나무를 넣고 불을 지피는데 불을 다루는 것이 쉽지 않다.
불을 꺼트리면 밥을 못 먹는다고 하니 아이들이 조바심이다.
꽤나 씨름 끝에 불이 잡힌다.
가마솥 안에는 밥알이 탱글탱글 야들야들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커다란 양푼이에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 곤드레 만드레 비빈다.
비워진 가마솥에는 물을 붙고 숭늉을 기다린다.
정갈한 산채밥상과 함께 비운다.
맛은 일품이다.
집으로 가는 길엔 어제 캔 감자며, 곤드레 나물을 나눠 주셨다.
아이들이 산채마을이 생각난다고 하면 곤드레 밥으로 다시금 그리움을 추억하련다.
빈 손으로 와서 너무 많은 것을 경험하고 그리고 정성 가득한 산채를 받고 돌아와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이제 농산물은 흥정을 하지 말고 가급적 그냥 부르시는 대로 드려야겠다.
다 해놓은 농산물을 거두는 것도 힘든데, 지난 봄부터 갈고-뿌리고-심고-물주고-가꾸고-김매고-폭풍에 쓰러질까-폭염에 마를까-그 많은 과정들을 안다면 그럴 수는 없다.
유통구조도 좀 바뀌고, 믿는 농산물, 타당한 가격 뭐 그런 체계가 갖춰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손을 뻗으면 내 손에 잡힐 듯 별들이 내려와 앉은 그곳에서, 소망등은 하늘 높이 날아올라 별이 된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을 가슴에 품었을 아이들과 함께 지낸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농촌사랑 사람사랑 가득하신 산채마을 김학석 이장님 그리고 산채마을을 누리시는 그 분들
아름답고 청정한 자연 풍광 속에서 화목하고 잘 사는 행복한 공동체가 되길, 그리고 여기 함께 체험한 인연 있으신 분들이 기억하시는 많은 분들에게도 건강과 안녕이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추신 :
마지막으로 이 행사를 위해 애쓰신 교보생명/대산농촌문화재단의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혹시 잘 몰라서 못 가보신 분들은 대산농촌문화재단(http://www.dsa.or.kr)을 방문하시어
매년 10월까지 매달 두 번 실시하는 농촌체험 한번 신청해 보시지요.
여러 좋은 곳들도 많겠지만, 더덕 캐기-감자 캐기-곤드레 밥 짓기-올챙이국수 만들기-앵무새 농장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 횡성 산채마을도 한번 다녀가 보시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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